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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X세대다. 6.25세대의 부모님과 286세대의 삼촌, 고모들 밑에서 성장한 X세대다. 90년대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정면 돌파했으며, 그 시대 젊은이들의 모든 가치의 기준은 변혁과 반항이었다.

그런 문화의 아이콘으로써 서태지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있었다. 너바나(Nirvana)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90년대를 논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것은 내가 60년대부터 시작한 브리티시 락의 계보의 기준점을 비틀즈로 잡은 것과 비슷할 것이다.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은 나를 포함한 혹자들에게는 시대와 우리 자신에 대한 찬송가였다. 그러한 밴드의 리더였던 커트 코베인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으며, 그가 가진 모든 아이템은 핫템 또는 잇템이 되었다.

그중에서 내가 꽂힌 아이템은 바로 리바이스 501 청바지였다. 이 사실은 엄청난 아이러니다. 1873년에 만들어져 1990년대에 이미 120년이 넘은 아이템을 반항의 아이콘이 입고 있었고, 그를 선망하던 내가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커트 코베인이 입고 다닌 리바이스 501은 찢어져있었고, 더러웠고, 한국의 각설이처럼 다른 천들을 덧대어 구멍을 메우고 있었다. 커트가 죽고 난 이후, 미국의 어느 르포에서 커트는 항상 구제 샵에서 헌 옷을 사 입었다는 텍스트를 읽은 적이 있다.

 

 

되짚어 생각해보면, 커트 코베인은 1870년대에 대한 반항을 한 것이 아니라 1980년대에 대한 반항으로 리바이스 501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1980년대에는 LA메탈 또는 헤어메탈이라 불리는 장르가 유행했고, 모든 남성 뮤지션들의 머리는 길었고 하체에는 요즘의 레깅스와 흡사한 쫄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2010년대에 유행하던 스키니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타리스트 김도균님도 그들의 패션을 따라 하기 위해서 검은색 발레복을 구입해서 입으셨다고 했다.

바로 직전 세대를 거스르기 위해 100년 전의 아이템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하지만 리바이스 501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리바이스 501만으로도 음악과 관련된 글을 20가지 이상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불현듯 1995년 화제가 되었던 ‘난 나야. 난 아빠처럼 양복은 안 입어’라고 말하던 리바이스 광고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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